" 시끄러워. 필요 없다니까? "
168cm · 45kg │F│24세│09.29│조향사
호카노 세이루
결 좋고 차분한, 붉은 끼가 도는 갈색 머리카락을 아래로 내려 흰색 리본으로 묶었다. 선명하게 빛나며 나팔꽃을 닮은 눈동자, 약간 올라간 눈매는 묘하게 새침하다는 인상을 준다. 꼿꼿하고 바른 자세, 검은 터틀넥과 스커트 위에 숏코트를 입고 워커를 신었다. 상대를 뚫어질 듯 쳐다보는 얼굴, 피하지 않는 시선, 확신에 찬 눈빛.
조향 앨리스
가늘고 긴 타입
향을 조합하여 향수를 만들 수 있다. 특별한 재료 없이 생각만으로도 향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특징이며
극단적으로는 물과 물을 섞어도 향을 낼 수 있다.
일반적인 향은 물론,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의 체취나 장소, 사물의 특정한 냄새까지 구현해 낼 수 있다. 상상력을 기초로 한다. 맡아본 적 없는 향기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환상에 빠져들게 하는 향수 제작이 가능하다. 향을 맡은 사람은 환상을 꾸게 되고 향이 옅어질수록 현실과 가까워진다. 지속 시간은 향이 끝날 때까지며 최대 6시간까지 유지되지만, 환상의 길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세이루는 준비된 환상이 끝날 시 꿈에서 깨어난다고 표현한다. 이것은 사건, 추억 등을 회상하는 데에도 응용할 수 있다. 과거의 상황을 재연하려는 의도를 가질 경우, 그 상황 속 특정한 무언가, 대표적으로 사물이나 분위기의 냄새를 통해 환상에 잠긴다. 보통의 환상 향수는 무(無)향이며 환상에 빠져본 사람들은 그 잔향이 매우 달콤하다고 한다. 향수로 볼 수 있는 세상은 매우 생생하지만, 결국 허상에 불과하다.
환각과 현실 사이를 고민한 결과, 향을 맡은 사람 한정으로 대상의 신체 상태와 감각을 마치 그런 상황에 놓인 것처럼 현실화할 수 있게 되었다. 훼손된 신체 상처의 경중도에 따라 회복 시간이 다르며 향이 끝날 때까지 순차적으로 치료된다. 공통적으로 소독약 향이 난다.
[자신감 있는|선 긋는|완벽주의|계획적]
거침없이 내딛는 걸음, 언제나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목소리, 미간 주름 하나 없이 앞을 똑바로 응시하는 얼굴. 모든 일에 여유가 넘치고, 주저하기보다 도전하기를 선택하는 모습. 호카노 세이루는 일련의 시간을 거쳐 원래 제 것이었던 걸 되찾았다. 진정으로 원하던 능력으로 비롯된 자신감, 자신의 앨리스와 가지지 못한 것을 내려두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일궈낸 내가 있을 곳. 그게 주체가 되었다.
희한하게도 본인과 다른 사람을 구분 짓기 시작했다.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다. 상대를 조금 더 무시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절대 뒤돌아보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잘해주지 않지만, 못 해주지도 않는다. 원한다면 도움의 손길도 뻗어준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면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가령, 친구라던가.
선천적으로 지닌 집요함, 성실하고 책임감이 높은 성정은 결국 어떤 강박을 만들어 냈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지금보다 더 나은 형태를 이루고픈 마음. 세이루는 엄격하고, 신중하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남의 손을 빌리기보다 스스로 해내기를 바랐다. 누군가를 의지하는 모습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
목표를 이루든 놓치든, 비어버린 자리엔 또 다른 갈망이 피어오른다지. 그것은 가끔 재수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 1. 外野 家
부모님과 5살 터울의 오빠, 세이루로 구성된 4인 가족이었다. 어디에 사는지 이제는 모른다.
부모님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든지 알 법한 인지도 높은 전자기업 ‘PADO’를 윗세대부터 유구하게 운영해 왔다. 테러 사건의 여파로 건물이 무너져 기업 자체가 흔들린 적이 있었지만, 마침 앨리스가 발현된 세이루를 학원에 입학시키면서 기존의 명성을 되찾았다.
기업은 세이루의 고전과정 1학년 당시에 출시한 신제품으로 큰 이익을 거둬 자동차, 엔터테이먼트 사업까지 확장한 상태다. 한마디로 승승장구 중.
법적 성인이 되자마자 찾아간 집에는 생뚱맞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큰 이익을 거둔 시기와 겹쳐 성공의 감각에 취해 세이루를 잊어버리고 이사를 가버린 것. 그즈음에는 간간이 오던 편지마저 완전히 끊겨버린 뒤였다. 엉뚱하게도 광고와 포털 사이트에서 가족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오빠는 기업을 물려받기 위해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었고, 그들은 그들끼리 정말 잘 살고 있었다. 그곳에 세이루의 자리는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 뒤로 가족과 연락을 일절 끊었다.
| 2. 星流
星 별 성, 流 흐를 류
9월 29일생. 천칭자리. AB형. 오른손잡이. 탄생화, 사과: 명성.
곁에 다가가면 부드럽고 따뜻한, 어딘가 달콤한 꽃향기가 나거나 비누 냄새가 난다.
도쿄 주오구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졸업 이후, 바로 프랑스로 유학 가서 4년제 대학교 화학전공 학사 과정을 수료하며 조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일본에 잠시 돌아왔다.
떠날 때부터 일본에 온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다. 아예 종적을 감춰버려서 여러 매체에서 향수나 일 관련으로 소식을 접한 게 전부일 것이다.
향수 브랜드 ‘Rendez-vous’(랑데뷰)를 론칭했으며 신생 브랜드임에도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호카노’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앨리스 학원에 다닐 때부터 꾸준히 진행한 브랜드 콜라보 덕분이 크다. 기분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향수로 소문이 자자하다. 차츰 유명해지는 중.
추억을 그리워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환상 향수를 판매하고 있다. 향수로 범죄 상황을 재연해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고객과 관계자밖에 모르는 극비사항. 한 번에 많은 거래는 하지 않고 나름대로 조절하고 있다.
자국 내에서 처리할 일이 마무리되면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 ‘ISIPCA’(향수 전문학교) 석사 학위를 따고 올 예정이다.
대기업 딸인 만큼 세이루의 행보에 늘 호카노家, 전자기업 ‘PADO’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향수 브랜드를 론칭하고 일본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족 간의 사이가 나쁘다는 것이 공공연하게 밝혀졌다. 부모님의 기업이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아서 타격은 모두 세이루 쪽이 받고 있지만, 오해하든 말든 풀 의지는 그다지 없어 보인다. 자세한 내막은 밝혀지지 않았다.
취미는 독서, 향수 제작, 일, 일, 일, 일…. 커리어를 쌓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브랜드. 싫어하는 것은 여전히 나비를 제외한 벌레, 그 외에는 딱히 말해주지 않는다.
|3. 앨리스 발현
비 앨리스인 가족 사이에서 태어난 돌연변이.
어머니는 출근하고, 아버지는 학원에서 돌아오는 오빠를 마중 나간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세이루는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에게 딸기우유랍시고 물을 건넸고, 아버지는 세이루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에서는 정말 딸기우유 향이 났다. 비슷한 일이 두어 번 반복되자 앨리스 학원 측에서 사람이 찾아왔고, 곧바로 학원에 입학했다.
그 해는 세이루가 7살이던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