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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

… 먼저 앨리스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나 시작해야겠습니다.

 

때는 2004년, 이 글을 읽는 당신이 2023년의 일본인이라면

연도를 듣는 것만으로 결코 잊지 못할 사건이 하나 떠오를 것입니다. 

 

―히가시사가야 테러 사건.

세상의 종말을 믿는 사이비 종교, <TGI 학회>가 C국에서 밀수해온 초소형 수소 폭탄에 의해 도쿄 한복판이 죽음의 땅으로 변한 끔찍한 사건임은 익히 아실 것입니다. 공식적인 실종자만 약 오천, 사망자는 50, 부상자는 무려 만 명에 이르른 테러 사건이지요.

하지만 이 희생자의 숫자. 당신이 알던 것과 달리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정부와 언론은 ‘실종자’를 ‘사망자’로 처리해 본 사건을 어물쩍 넘기기에 총력을 다했습니다만, 조작되지 않은 기록은 사람을 속일 수 없는 법입니다.

… 그동안 일본 정부가 숨겨왔던 진실을 당신에게만 들려드리겠습니다. 바로 사건 당시, 폭발 범위 반경 2km 안에 있었던 오천여 명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강력한 폭발에 건물이 무너지고, 도심이 불길로 뒤덮였지만 사망자는 물론이거니와 생존자 역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죠. 당시 현장에 급파된 구조대는 폭발의 여파가 미친 외곽 구역에서 만여 명의 부상자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쉰여 명의 사망자 밖에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일본 정부는 폭탄에서 나온 방사능을 명분으로 폭탄이 기폭한 지역을 거대한 돔으로 가린 다음, 특별 관리에 들어갑니다.

 

이른 바  NOKORI : 0 ZONE (노코리제로 존), 통칭 래빗홀이 탄생한 계기입니다.

 

 

도입의 도입이 길었군요.

 

지금부터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집중해서 들어주시길.

테러 사건이 발발한 2004년엔 대부분이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살던 곳도, 앨리스가 발현한 시기도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모두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폭탄 테러가 일어난 날, 통칭 슬픔의 금요일 이후 무언가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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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든 상실을 겪기 마련입니다. 혹자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테러리즘이 활개치는 현대를 ‘상실의 시대’라며 빗대기도 했지만 유실은 삶이 한정된 존재에겐 당연한 현상입니다. 단지 그것을 앗아간 주체와, 유실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사건의 드문 정도에 따른 개인차가 존재할 뿐이지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무언가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담이 길어지는군요. 요는, 그 아이들만큼은 무언가 달랐던 모양입니다.

어느 특정한 시점 이후 모종의 상실을 겪은 소수의 유년기 아동들에게 앨리스가 발현하게 된 것. 이 발현이 테러에 의한 결과인지, 어떠한 과정 도중에 나타나는 한 가지 현상일 뿐인지, 혹은 그 흐름과 관련이 없는 외생변수인지는 '지금'의 우리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이 특별한 앨리스는 수많은 ■■■과 얽혀가며 긴 시간 속에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고, 끝내 ■■■ ■■■ ■■■ 힘이자 패러독스로 작용하게 됩니다.

 

여러분에게 이 이야기의 결말을 들려드릴 수 없어 정말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 네 권으로 구성된 책의 페이지를 한장한장 넘기다 보면,

그 끝이 여러분의 시야에도 들어올 것입니다.

 

그럼, 서로의 시간이 만나는 곳―결말―에서 다시 만나도록 합시다. 하얀 토끼를 쫓던 앨리스처럼 이야기를 따라 정신없이 달려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의 교차로에 다다를 수 있을 겁니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한시도 눈을 떼지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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