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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다운 삶을 위해선 정시에 퇴근해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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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cm · 55kg │F│24세│11.13│농업 연구원

이와시미즈 치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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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생장 앨리스

가늘고 긴 타입

식물을 자라게 한다. 단순하지만 활용도가 높은 앨리스.

 

이와시미즈 수석의 업무 대부분은 이 앨리스를 이용하여 식물을 목표치 만큼만 키워내고, 결과를 확인하는 일이다. 시간과 계절을 거슬러 순식간에 자라나는 식물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화분에 깃들게 하여 다른 연구원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달팽이 앨리스

가늘고 긴 타입​

이와시미즈 수석은, 그 묶은 머리와 비녀의 모양새가 달팽이를 닮았다 하여 달팽이 수석이라고도 종종 불린다. 정말로 달팽이 앨리스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동료는 많지 않다. ‘향만 맡아도 식물을 알아맞히는 모습이 신기하게 보인다’, ‘어떻게 온도계 없이 기온을 정확하게 알지?’ 정도만 종종 이야기가 나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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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적인│침착한│무욕無慾]

단조로운 일과에 적응했다. 매일 정해진 숫자의 식물을 키우고, 협력 기관으로부터 중계받은 업무를 적절한 사람을 골라 배분한다. 점심 식사는 거르지 않고 제시간에 적정량을 먹고, 퇴근 시간 전까지 시간이 남는다면 개인 연구에 집중한다. ‘퇴근 이후로는 은사의 부탁이라도 있지 않고서야, 절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가 철칙인 사람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이 사람은 ‘학원의 숲에는 밤마다 곰이 나타난다’는 소문의 근원이기도 했다. 숲속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다가 미아가 된 어린 학생을 발견해 밖으로 데려다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험하니까 밤에는 숲에 들어오지 말 것. 어른의 비밀 아지트를 소문내지 말고. 곰이 나타나서 도망쳤다고 할 것.” “알았어요, 언니.”

 

연구소 동료들에겐 ‘친하진 않지만 의지되는 사람’으로 통하고 있다. 공사 구분이 철저한 (추가 근무를 싫어하는) 면모 덕에 괜히 말을 붙여보긴 힘들지만, 일단 도움을 요청하면 적절한 방법을 제시하거나 (퇴근 시간 전까지만) 직접 해결해주곤 했기 때문이다. 

 

사적인 시간을 잘 내어주지 않아 이와시미즈 수석이 아닌, 개인의 치하루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학원의 원예부 후배였던 막내 연구원이 증언하기로는 ‘좋은 사람이지만 마음이 떠 있다’ 라고. 당연히 다른 동료들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모두가 궁금해하는 퇴근 시간 이후의 치하루는, 혼자서 쉬는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숲에서 캔맥주를 마시면서 밤하늘의 행성을 구경한다거나, 침대에 누워서 밖에서 들여온 만화를 본다거나. 가끔은 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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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식 이후의 족적 : 이와시미즈 수석 연구원

 

전문 과정 2년, 그 기간 동안 계속 학원에서 머물렀다. 친구들을 따라 바깥에 나가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굳이 집과 가족을 찾아가보진 않았다. 이전부터 하던 개인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비슷한 식물 앨리스를 가진 후배들을 모아 공동 연구도 지속하고. 치하루의 일과에 변화가 생긴 건 마지막 5학년의 여름부터였다. 교장 선생님이 된 토라 선생님에게 몇 번 쯤 찾아가더니, 몇 달 정도 학원을 떠나 계절이 바뀌고서야 돌아왔던 것이다. 돌아오는 치하루는 낯선 사람과 동행하고 있었는데, 데려온 그 사람이 꽤 중요한 사람이었는지 그대로 토라 선생님과 대화하러 가버렸다. 그 사람은 대화를 마친 뒤 학원에서 이틀 정도 머무르고서 떠났는데, 이후의 진짜 졸업까지 치하루는 평소의 일과로 돌아가버렸기에 다들 중요치 않게 여겼었다. ‘시간계 앨리스와 성장계 앨리스의 역학관계’ 따위의 논문과 함께 치하루가 대뜸 공무원이 되기 전까진 말이다.

 

 ··· 치하루가 남몰래 한 일은 사실 특별하진 않았다. 토라 선생님에게 조르고 졸라서 졸업한 식물 앨리스들의 연락처를 얻어내기. 식물 앨리스들을 찾아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앨리스를 이용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나와 함께 연구소를 만들자고 꼬드기기. 운이 좋게도, 외부의 연구소에서 후천성 B타입(성인 이후 앨리스를 발현)인 식물계 앨리스 연구원을 만나게 되어 학원에 데려오기. 자신의 힘이 앨리스인걸 알게 된 그 사람을 연구소장으로 앉히기 위해 토라 선생님에게 갖은 애교를 부리기. 토라 선생님과 학원의 공문이 정부측에 받아들여져서, 정부 소속 농업기술 앨리스 연구소 설립에 성공하기! “··· 토라 선생님, 사랑해요.”

 

 그리하여 ‘농림수산성 농림수산기술회의 앨리스 연구협력과 수석 연구원’ 이라는 기나긴 직책을 갖게 된 치하루는···, 또다시 학원에 눌러앉았다. 연구소의 설립 목적부터가 농업 연구에 적절한 앨리스들을 한 곳에 모아서, 앨리스를 마음껏 사용하며 편하게 연구하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앨리스를 사용하기 가장 편한 곳은 당연히 학원이고 말이다. 특별히 ‘앨리스 연구협력과’ 같은 걸 신설했어도, 아직 농업연구를 위해 모은 앨리스 연구원이 많진 않아서 상당히 규모가 작다. 직책에 비해 권한은 작고 할 일은 많은 끔찍한 부서라고 불러도 딱히 변명거리가 없다. 경력이 짧은 치하루가 수석인 것도, 치하루가 연구소 신설에 큰 공을 세운 마스코트(?)적인 존재여서도 있지만…, 연구원이 아닌 다른 일을 하다 온 사람이 많아서 일것이다. 어쨌든 월급은 넉넉하다. 그러면 된 게 아닐까?

 

학원 시설을 빌려쓰는 대가로 요청 시 학원의 업무를 돕는다. 사실 대부분 학원 출신이라, 학원의 행사들을 잘 알고 있기에 바쁜 시기에 잡다한 일을 돕는 정도긴 하다. 식물을 대상으로 하는 앨리스들의 직업체험 장소를 겸하고 있다. 


 

개인정보 : 치하루

 

친구라곤 서른 명 남짓의, B반의 그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오는 연락은 빠짐없이 제대로 받았고, 답장도 (업무 시간에도) 제대로 했다. 의욕을 불태워 쉬는 날까지 일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었음으로, 휴가에는 때때로 함께 놀기도 했을 것이다. 만나줬다면 말이다. 

 

그에 비해서 가족과의 연락은 이상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학원 밖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데도, 학생 때처럼 편지로 소식을 주고 받는 까닭은···? 가족이 불편하고 싫어서, 라고 하기엔, 편지를 2주에 한 번 반드시 빠짐없이 보낸다. 내용도 작은 편지지를 꽉 채울 만큼은 쓰고, 다정한 말로 가득하다. 분명히 그들을 사랑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만나기는 싫은 걸까. 집에선 치하루의 동생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와달라고 하는데, 수락도 거절도 아직 하지 못했다.

 

여전히 아픈 곳 없이 건강하고 튼튼하다. 체질반에 있던 운동기구와 비슷한 걸 마련해서, 종종 수련이라는 걸 하는 모양이다. 최근에 제일 마음에 드는 수련은 스포츠 클라이밍. 말이 수련이지 그냥 취미생활이다.

 

학창시절의 달팽이 선배님도, 사육장의 토끼도 이제는 각자의 별으로 떠나갔다. 새로 반려동물을 들이진 않았다. 연이 닿으면 길러볼 생각은 있는 듯 했지만서도. 가끔 학원의 너구리나 까마귀에게 먹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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